애플, 메모리 가격 '100년 만의 홍수' 규정…DRAM 경쟁 확대 필요성 시사
애플의 6월 분기 실적은 역대급 아이폰 판매와 애플 인텔리전스로 주목받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발언 중 하나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팀 쿡 CEO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하며 DRAM 업계에 공급업체가 더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 발언은 AI 수요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집중된 시장 중 하나인 메모리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쿡 CEO는 가격 관련 질문에 "마지못해 가격을 올렸다"며 "메모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100년 만의 홍수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더 높은 메모리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DRAM 가격 상승분은 일부 비메모리 부품의 원가 하락과 가격 급등 전에 구매한 기존 재고로 일부 상쇄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케반 파레크는 메모리 비용 상승의 영향이 없었다면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이 훨씬 강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는 3월 분기와 6월 분기 사이 조정 매출총이익률 하락폭 전체를 상회했으며, 9월 분기에도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소싱 전략에 대한 질문에 쿡 CEO가 기존 공급업체와의 협상 대신 메모리 산업 구조 자체를 언급한 점이다. 그는 "DRAM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3개 공급업체가 있다"며 "공급업체가 더 많아지면 공급 측면과 가격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공급업체 집중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현재 글로벌 DRAM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업계 전반의 공급을 타이트하게 만들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전 사이클보다 훨씬 큰 가격 결정력을 확보했다. 쿡 CEO는 공급업체 다변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추가 공급 역량이 생긴다면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플의 발언은 반도체 업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준다. AI 칩이 대부분의 관심을 받았지만,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모델을 실행하는 데는 메모리가 동일하게 중요해졌다. 이는 공급 부족과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쿡 CEO의 발언은 높아진 메모리 비용이 더 이상 메모리 제조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계 최대 칩 구매처 중 하나인 애플의 제품 가격과 수익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동안 비정상적으로 강한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